【백경화의 미생물 이야기】4. 빵과 술과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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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화의 미생물 이야기】4. 빵과 술과 미생물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백경화 (media cheong yang)
  • 승인 2019.10.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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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미생물

빵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 중 하나이며, 신석기 시대로부터 만들어져 왔다. 최초의 빵은 아마도 곡식과 물로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요리했을 것이며, 우연히 또는 다양한 요리를 고안하면서 발전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효모를 넣은 빵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효모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특히 곡물 낱알의 겉면에 포함되어 있어서, 반죽을 내버려 두면 자연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최초로 효모를 넣은 빵은 고대 이집트에서 발견되었으며, 전자 현미경 검사 결과 몇몇 이집트 빵에서 효모가 들어있는 걸 발견해내었다.

석기시대에서 메소포타미아 시대에는 무발효빵이 제조되었다가, 고대 이집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야생효모에 의해 발효된 빵이 제조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때의 이집트 사람들은 효모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때 자기들이 만들어 마시던 맥주나 포도주를 반죽하는 물에 섞어 발효시켜 맛있는 발효 빵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발효빵은 이어서 지중해 연안에서 유럽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때는 좋은 빵을 만들기에 알맞은 고단백의 밀이 적어 발효빵을 만들어 먹기 위해 잘 부푼 반죽을 일부 남겨 두었다가 다음날 반죽을 만들 때 썼으며, 이것을 빵 씨라고 했다.

좋은 씨를 가지고 있는 집은 언제나 향이 좋고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의 신부들은 시집갈 때 반드시 빵 씨를 가지고 가는 풍습이 전래되기 하였다.

현재는 누구나 효모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어 빵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빵 만드는 것이 가정에서 공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한국어 ‘빵’은 일본에서 전해진 것이다. 18세기 일본인들은 포르투갈어 ‘팡데로(Pão-de-ló)’를 ‘팡’이라 불렀고, 이것이 식민지시기 이후 한국에서 빵이 되었다.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 밀가루와 쌀가루에 달걀 등을 배합해 맥주 이스트로 발효시킨 ‘갑면포(甲麵麭)’라는 빵이 개발되었다. 이 갑면포는 ‘간팡(カンパン, 乾パン)’이라고도 불렸다.

지금도 한국 군대에서 지급되는 건빵이 바로 이 간팡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부분 빵은 효모(이스트)에 의해 발효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발효빵에 사용되는 효모는 맥주효모균(Saccharomyces cerevisiae)이며, 주류 양조에 사용된 것과 같은 종이다.

이 효모가 설탕을 먹으면서 이산화탄소를 생산하여 반죽을 부풀게 하며, 향기로운 물질을 배출하여 빵 맛을 좋게 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비타민 복합체와 필수 아미노산, 무기질 등이 들어있고 여러 가지 소화 효소가 많아 빵과 효모는 매우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미국과 한국의 빵집 상당수는 상업적으로 생산된 빵 효모를 구입하여 반죽에 섞는다. 빵 효모의 장점은 순수 배양으로 얻어지기 때문에 균일하고, 신속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빵의 풍미나 식감은 어떤 효모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결정되므로, 천연효모 만들기는 빵 만들기 중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공정이다.

◆술과 미생물

술이 얼마나 오랜 역사가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집트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고대 중국의 신화 그리고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에도 모두 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거로 봐서는 술이 인류의 역사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수렵, 채취시대의 과실주가 최초의 술이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잘 익어 당분을 함유한 과실이 땅에 떨어져 상처가 나거나 과육과 공기 중의 야생효모가 자연적으로 접종되어 증식과 함께 당을 분해하는 과정, 곧 발효를 거치게 되면, 이 과정에서 알코올을 함유하는 액체, 곧 술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뭇가지의 갈라진 틈이나 바위의 움푹 팬 곳에 원숭이가 저장해둔 과실이 우연히 발효된 것을 맛본 인간이, 이 신비한 액체에 매료되어 계속 만들어 마시게 되었다고 하는 설이 생겼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록에 의하면 부족국가 시대와 삼국시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항상 술이 있었음을 알게 하는 기록들이 남아 있으며, 예로부터 농경 국가이고 논밭에서 생산한 곡류로 술을 빚어왔다.

이때부터 이미 누룩을 빚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술은 당분이 많이 함유된 과일이 떨어져 썩어갈 때 공기 중에 무수히 떠다니는 미생물 중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이스트 : yeast)의 포자가 번식하여 일으키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효모가 번식하여 알코올 발효(Alcohol fermentation)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효모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당분, 단백질 그리고 소량의 무기질이 필요하다.

그다음 효모가 성장하는 데 적절한 온도 조건과 적절한 산소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만약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 효모보다 박테리아의 활동이 활발하게 되면 부패가 일어나서 알코올 발효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

또 지나치게 공기의 유통이 잘 되면 효모가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기보다는 효모 자체의 번식만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알코올의 생성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에일(Ale), 바이젠(Weizen), 스타우트(Stout), 등은 15-25도로 발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와 함께 술의 위쪽으로 떠오르는 성질을 가졌다.

반대로 잘 알려진 칼스버그사의 대표상품인 “칼스버그”는 사카로마이세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라는 효모를 이용하여 2-10도와 긴 후발효 기간(1-2개월) 동안 바닥에서 발효하는 효모로 비교적 양질의 맥주를 생산한다. 대표적인 맥주로는 라거(larger), 둔켈(Dunkels), 필스너(Pilsner), 헬레스(Helles) 등이 있다.

술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지극히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맥주효모가 간장 장애에 치유력이 좋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맥주효모란 "맥주를 양조할 때 부산물로서 나오는 산물이다. 이를 건조하여 식품으로 이용, 먹기 쉽게 해 놓은 것이 판매되고 있는 효모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한 번쯤은 들어본 “에비오제”, “원기소”라는 이름으로 시판되었다.

간장은 인체의 장기 중 최대의 것이다. 간장은 먹은 것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그것을 재료로 하여 인간의 육체가 되는 단백질을 생합성 하는 외에 해독작용으로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지키기도 한다. 간장은 커다란 화학 공장이다.

생명의 가장 근간을 지탱할 수 있는 장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장은 잠시도 쉬는 일이 없이 작용을 계속하는데 손상도 빨리 입고 항상 새로운 필수 아미노산과 핵산 등에 의하여 스스로를 수복, 재생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간장은 균형 잡힌 영양이 부족한 상태가 수 주간 계속되면 그것만으로도 급속한 간 장해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간장 일부에 괴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맥주효모는 영양의 균형이 절묘하여 그 위기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간장은 약물을 해독하는 장기라는 점에서 약물로 간장의 병을 고친다는 것은 본래 어려운 일이다.

지방간으로부터 간선유증 그리고 간 경변으로 병이 발전하여 운이 나쁘면 암이라는 길목으로 들어서는 것이 간장해의 일반적인 코스다.

B형 간염이 C형 간염에서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알코올성 간염에서 간 경변, 간암으로 진행될 수가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간 질환의 최종 병태는 간 경변이든가 간암이 된다.

여기서 맥주효모는 그 간 질환 치료에 돌파구를 갖다 주는 것임이 틀림없다. 완벽에 가까운 영양의 균형은 물론이고 그와 함께 맥주효모에는 간장세포를 지키는 강력한 물질의 생산을 재촉하는 작용이 감춰져 있다.

맥주효모가 확실히 간장 치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례를 통해 알려져 있다. 그것은 맥주효모를 복용할 때 간세포 중에 "리소짐"이라고 불리는 과립성 물질이 대량으로 출현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리소짐은 강력한 해독물질이다. 맥주효모 성분의 그 무엇이 그런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규명하지는 못하였다.

거기에는 아직 현재의 의학이 찾지 못하고 있는 구명 혹은 현대의학의 물질 분석적인 방향과는 별도로 육체 방어 정보 계통의 그 무엇이 감추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과학의 발달로 언젠가 맥주효모의 리소짐 증가의 수수께끼가 밝혀지리라 예상된다.

이상에서 언급했듯이 미생물은 빵과 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항상 미생물과 함께 공존하다.

미생물을 이로운 능력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건강 및 생활은 더 풍요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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