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맛보기】 1. 꽃게와 곶감, 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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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맛보기】 1. 꽃게와 곶감, 꼬치
  • 강구일 자유기고가(media cheong yang)
  • 승인 2019.10.3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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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고유어를 기본으로 하여 여러 언어가 뒤섞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자어는 지리적 영향으로 우리말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또 만주어, 힌두어, 몽골어도 우리말 속에 들어왔다. 근세에는 일본어까지 침투했다. 한자어를 비롯한 외래 언어는 그대로 또는 변화해서 우리말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라서 듣고 바로 알 수 있는 말이 대부분이지만 외형 변화로 이해하기 쉽지 않거나 오인하기 쉬운 말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여러 분야의 우리말 가운데 음식 이름은 우리 일상에서 매일 수시로 접한다. 매우 밀접한 음식 이름도 무슨 뜻인지, 어떻게 지어진 것인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음식 이름을 통해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 변화한 과정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1. 꽃게와 곶감, 꼬치

▶툭 튀어나온 모양이 곶

끓여서 붉게 변한 꽃게는 어원을 오인하기에 십상이다. <br>
끓여서 붉게 변한 꽃게는 어원을 오인하기에 십상이다.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에는 꽃뫼마을이 있다. 화산리와 꽃뫼마을 그리고 꽃게, 송곳, 곶감, 꼬챙이, 꼬치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누구나 다 아는 말들 같지만, 공통점을 찾는 것은 쉬지 않을 것이다.

이 가운데 꽃게, 곶감, 꼬치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들 먹는 음식 이름의 어원을 찾다 보면 세 가지 음식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의 공통점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꽃게에 대해 알아보자. 꽃게의 이름은 빨간색(붉은색)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른 꽃게탕의 색깔은 빨갛다. 식욕을 더욱 북돋워 주는 빨간색이 꽃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이름이 나왔다고 유추하기 쉽다.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 꽃뫼마을 전경 (꽃뫼마을)
청양군 장평면 화산리 꽃뫼마을 전경

그러나 요리하기 전의 꽃게를 주의 깊게 살펴본 사람들은 꽃게의 이름이 어딘가 어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연 상태의 꽃게는 빨간색이 아니라 암갈색이다.

이런 암갈색의 게를 보고 꽃게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를 물에 넣고 끓이면 빨간색(붉은색)으로 변한다.

이것은 껍데기에 있는 아스타크산틴(Astaxanthin)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단백질과 결합하여 다양한 색을 내는 이 물질을 가열하면 결합이 끊어져 본래의 색인 붉은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같이 끓인 이후에 변한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는 것은 무리이다. 한 사전에는 꽃게를 설명하면서 한자로 <화해(花蟹)>라고 풀이해 놓았다.

이런 풀이는 꽃게를 한자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꽃게는 색깔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모양에서 나온 이름이다.

▶꽃게는 꽃과 관계없이 모양에 따른 이름

꽃게의 옛말은 ‘곶게’이다. 곶게라는 이름의 유래는 18세기에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에 나온다. 성호사설에는 "속칭 곶게라고 하는데, 등딱지에 꼬챙이같이 생긴 두 뿔이 있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끓이기 전의 꽃게: 양쪽에 꼬챙이 또는 송곳 모양으로 튀어나온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br>
끓이기 전의 꽃게: 양쪽에 꼬챙이 또는 송곳 모양으로 튀어나온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두 눈 위에 한치 남짓한 송곳 모양의 것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주어졌다"라고 꽃게의 모양에 대해 표현하면서 이름의 유래를 밝혔다.

이후 1938년에 편찬된 조선어사전에는 ‘곶게’를 “가슴이 퍼지고 그 양쪽 끝이 불쑥 나온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세 가지 사례 모두 색깔보다는 모양을 중시해서 설명하였다.

이처럼 모양에 따라 이름 붙은 ‘곶게’가 시대상을 반영해서 경음화 현상(硬音化現象)이 일어나면서 ‘꽃게’로 발음하게 되었다. 또 발음에 맞게 ‘꽃게’라고 쓰게 되었고, 색깔이 덧붙여지면서 많은 사람의 오해 속에 어원을 잃어버렸다.

한 식당의 광고판. 다른 곳과는 달리 꼬치가 아닌 ‘꼬지’로 썼다.<br>
한 식당의 광고판. 다른 곳과는 달리 꼬치가 아닌 ‘꼬지’로 썼다.

동시에 색깔은 한자 이름 화해(花蟹)를 만들어 내면서 색깔론에 따른 민간어원설을 만들어 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꽃게는 색깔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말이다. 뾰쪽한 송곳 모양 또는 꼬챙이 같은 뿔 모양이 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 옛말 '곶'은 끝이 뾰족한 쇠나 나무를 가리키는 단어에 두루 쓰였다. 또한, 뾰쪽하게 튀어나온 지형에도 곶이란 명칭이 붙었다.

말머리에 언급한 화산리와 꽃 뫼를 비롯한 한절구지(곶), 누루꼬지(곶), 쇠꼬지(곶) 등은 뾰쪽하게 튀어나온 지형이다. 포항의 호미곶이나 장산곶 등 바닷가에 많은 곶, 고지도 같은 말이다.

용머리, 용두동의 형상도 곶이다. 대전에는 용머리, 말머리, 방고지라는 비슷한 지형이 2km 안에 있다. 한편 화산리 꽃뫼는 ‘꽃’과 아무 관계가 없는 지명이다.

곶 뫼, 고지 뫼 부르던 것을 꽃뫼로 오인해서 화산이라고 한자화 한 것이다.

▶꽃뫼, 꽃게, 송곳, 곶감, 꼬챙이, 꼬치-곶에서 유래

꼬챙이에 꽂아서 끓이고 있는 어묵꼬치<br>
꼬챙이에 꽂아서 끓이고 있는 어묵꼬치

또 곶은 곳치, 곳챵이(꼬챙이)로도 바뀌었고, ‘송곳’, ‘동곳(상투를 튼 뒤에 그것이 다시 풀어지지 않도록 꽂는 물건)’의 '곳'도 '곶'이다. 이밖에 ‘꽂다’라는 동사도 곶에서 나온 단어이다.

뾰쪽하게 튀어나온 것을 박아 세우거나 끼우는 것을 ‘꽂다’라고 한 것이다. 곶감도 껍질을 깎은 후에 대꼬챙이나 싸리 꼬챙이에 꽂아 말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이 곶감을 꽃감이라고 부른다. 이대로 많은 시간이 흐른다면 곶감이 ‘꽃감’이 되고, 꽃게의 예처럼 한자로 건시(乾柿)가 아니라 화시(花柿)라고 해도 그럴듯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막대기에 꽂은 ‘00꼬치’ 역시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닭꼬치, 가문어꼬치, 염통꼬치, 어묵꼬치, 양고기꼬치, 떡갈비꼬치, 버섯꼬치 등. 이들 꼬치의 공통점은 모두 막대기로 꽂았다는 것이다. 꽂는다는 뜻에서 나온 ‘꽂이’가 ‘꼬지’를 거쳐 ‘꼬치’로 변한 것이다.

꼬챙이에 꽂아서 굽고 있는 양꼬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화산리와 꽃뫼마을 그리고 꽃게, 송곳, 곶감, 꼬챙이, 꼬치 등의 공통점은 어원 출발점이 ‘곶’으로 같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우리말 속에서 뜻밖에도 같은 점을 찾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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