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맛보기】 3. 숙주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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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맛보기】 3. 숙주나물
  • 강구일 자유기고가(media cheong yang)
  • 승인 2019.11.1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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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싹을 틔워 기른 숙주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 전래 민요 -

이 민요 가운데 나오는 녹두는 동학혁명 때 전라도 고부에서 거병하였던 전봉준(全琫準)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봉준이 키가 작아서 별명을 ‘녹두장군’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녹두싹이 자라도 녹두나물이 아니라 숙주나물

녹두는 콩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일명 녹두(菉頭)·안두(安豆)·길두(吉豆)라고도 한다.

녹두의 꼬투리는 길이가 5∼6㎝로 가늘고 긴 편이며 안에는 10∼15개의 열매가 들어 있다. 잘 익을수록 녹색에서 흑색으로 변하고, 쉽게 터져서 흩어진다.

이런 녹두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하여 일본·이란·필리핀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여의 부소산성(扶蘇山城)내 백제 군창지에서 출토된 바 있는데 이에 앞선 청동기시대에 이미 재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양념으로 무친 숙주나물

녹두는 콩나물에 비교하여 열량은 떨어지는 편이나 비타민A는 훨씬 많다. 또 녹두의 주성분은 전분(53%)이며 단백질의 함량이 25∼26%에 이르러 영양가가 높다.

▶빈대떡, 떡고물, 청포 등 녹두 활용도 높아

곡물의 전분을 녹말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분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녹두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때문이다.

또한 녹두로 만든 음식들은 맛이 팥과 비슷하나 향미가 좋아서 좋은 품질의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녹두는 떡고물·빈대떡을 만드는 데도 널리 사용된다.

이밖에도 녹두의 전분을 이용해서 만든 묵이 청포(淸泡 녹두묵 녹말묵)이다. 또 청포에 채소와 육류를 섞어 식초나 기름을 넣고 무친 것을 탕평채라 한다. 또 녹두를 물에 불려 찧은 다음 끓는 물에 그릇째 넣어 익힌 얇은 녹말 조각을 걀쭉걀쭉하게 채를 쳐서 꿀을 탄 오미자 국물에 넣어 먹는 것을 창면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양하게 녹두를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녹두를 발아시켜 나물로 해먹는 방법도 널리 알려져 있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나물을 데친 다음 냉수에 헹구어 낸 후 갖은 양념을 넣고 무쳐서 만든다. 나물로 사용하기 위해 녹두의 싹을 틔운 것을 숙주나물(綠豆菜 녹두채 )이라 한다.

청경채와 함께 볶은 숙주나물

대부분의 사람들은 녹두가 싹이 났는데도 녹두나물이라고 하지 않고 숙주나물이라 한다. 숙주나물을 잘 모르는 젊은 층에서는 녹두나물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숙주나물은 사전에 나오지만 녹두나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숙주나물이 대중화 돼 있다.

▶신숙주의 변절과 숙주나물이 쉽게 상한다는 공통점

녹두를 길러 나온 나물을 녹두나물이라 하지 않고 숙주나물이라고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때 신숙주(申叔舟, 1414∼1475년)는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단종을 지키려는 사육신을 죽게 하는데 앞장섰다.

당시 백성들이 변절한 그를 미워하여 이 나물을 숙주나물이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만두소를 만들 때 숙주나물을 짓이겨서 넣는 것처럼 신숙주를 나물을 짓이기듯 하라는 바램을 반영했다고 추정한다.

또는 충성하지 않고 변절한 것이 쉽게 갈변하고, 쉬어버리는 숙주나물과 같다는 점을 감안해서 당시 대중화돼 있던 나물을 숙주나물이라고 바꿔 불렀다는 설도 있다.

녹두

 

이후 민간에서는 계속해서 녹두나물이라 하지 않고 숙주나물이라고 불러왔다. 조선시대 때 나온 《시의전서》, 《조선요리제법》 등 많은 책에도 숙주나물로 기록돼 있다.

녹두와 관련한 속담에 ‘한강이 녹두죽이라도 쪽박이 없어 못 먹겠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게으르고 무심한 사람을 놀릴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또 ‘오뉴월 녹두 깝대기 같다.’는 말은 잘 익은 녹두처럼 매우 신경질적이어서 건드리기만 하여도 발끈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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