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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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와 선거
  • 청양군성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김재만(media cheong yang)
  • 승인 2019.12.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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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만청양군성거관리위원회지도홍보계장

울릉도를 여행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다른 무엇보다도 나에겐 뱃멀미였다. 장장 3시간을 배 안에만 있어야 하고, 다녀온 지인들의 가장 큰 애로도 뱃멀미였다.

올가을, 멀미의 걱정을 안고 나는 울릉도행 쾌속선에 올랐다. 3명이 나란히 앉는 좌석에는 이미 노부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멀미약을 먹고도 잔뜩 긴장한 나와는 달리 두 부부는 간식을 먹으며 태연했다.

물어보니 뱃멀미를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윽고 배는 출발했고, 이내 너울성 파도로 배는 요동쳤다. 나는 누군가에게 들었던, 파도를 보고 있으면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창밖의 파도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옆에 두 노부부는 핸드폰을 보며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노부부 중 한 분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멀미가 난 거다. 이어 자리에 남아 있던 분도 뒤따라 멀미를 하셨다. 나중에는 내가 그분의 등을 두드릴 정도로 상태는 악화했다.

나도 썩 괜찮은 편은 아니라 계속 창밖의 파도를 응시하면서 멀미를 참아야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즉 자동차나 배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뇌는 이것이 잘못된 상태, 즉 독버섯이나 독초를 먹었다고 판단하고 소화기관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멀미를 겪지 않는다.

우리는 멀미와 같이 불일치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는 것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누구나 선거에서 후보자로부터 밥을 얻어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란 쉽지 않다.

지역에서 서로 잘 아는 사이에 각박하게 하기가 어렵고, 배신자로 낙인찍힐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아는 것과 행동의 불일치는 과태료 부과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바로 받은 음식물이나 금품에 최대 50배까지 (토해) 내야 한다.

더군다나 이를 제공한 후보자나 관계자는 과태료보다 더한 형벌을 받게 된다.

오는 12월 17일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내년 4월 15일에 있을 국회의원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이다.

한 표가 아쉬운 이들에게 우리 유권자는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금품·음식물로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바꿀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고 이번 선거 내내 기억할 것이다.

뱃멀미하지 않기 위해 꿋꿋이 창밖의 파도를 바라보는 것처럼 아는 것과 행동을 일치시켜 멀미 없는 깨끗한 국회의원선거를 이룩할 것을 분명히 보여 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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