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맛보기】 6.인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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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맛보기】 6.인절미
  • 강구일 자유기고가(media cheong yang)
  • 승인 2019.12.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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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을 잡아당겨 자른다는 뜻의 인절미

우리나라에서 떡은 주식이나 간식으로 애용됐다.\ 특히 명절 또는 생일·혼인·회갑 및 제사 등의 통과의례에 빠지지 않고 사용됐다. 즉,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자 필수적인 의례 음식이었다.

이에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은 떡을 주제로 한 노래를 즐겨 불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떡타령이다. 떡타령은 주로 떡을 아름답게 부각시키고, 맛을 자랑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룬다.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떡메로 떡을 치고 있다.<br>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떡메로 떡을 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떡의 종류를 늘어놓는 타령, 떡의 모양과 색깔을 묘사한 타령 등이 있다. 또 계절에 따라 먹는 떡의 특색을 노래한 것, 각 지방의 떡을 나열한 것 등 다양하다.

“떡을 사오 떡을 사오 얼기설기는 시루떡이요

두 귀가 번쩍은 송편이라

네모반듯 인절미며 동글납작 빈대떡이요

반달같은 개피떡에 무안을 당했다 수수떡이라

도장쿵 맞았다 호떡이며……<中略>”

이 떡타령은 떡의 재료나 모양, 인상적인 이름을 잡아내서 재미있게 묘사했다. 떡타령 가운데 나오는 ‘네모반듯 인절미’는 비교적 쉽게 만들어 먹었던 떡이다.

1924년 이용기선생이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좋은 찹쌀을 깨끗이 씻어 불려서 시루에 안치고 소금물을 조금 쳐서 섞은 후 찐다. 보자기에 싸서 안반에 놓고 떡메로 지근지근 주무르듯 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보자기를 벗기고 쌀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친다. 썰어서 거피한 팥이나 콩가루를 묻히고 꿀을 찍어 먹는다.”고 하였다.

콩고물을 묻혀서 만든 인절미<br>
콩고물을 묻혀서 만든 인절미

인절미를 만들 때 중요한 점은 멥쌀은 전혀 섞지 않고 찹쌀만 사용해야 한다.(일부 지역에서는 찹쌀 외에 차조와 차기장으로도 만들기도 했다.) 또 찔 때 계속해서 소금물을 끼얹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찐 찹쌀을 칠 때에 먼저 보자기에 싸서 치다가 덩어리가 되어 흩어지지 않으면 보자기를 벗기고 계속해서 치는 것이 맛있게 만드는 요령이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가정에서 인절미를 만들 때 애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찧은 찹쌀을 쳐서 고물을 묻혀 만드는 떡

찹쌀과 함께 넣는 부재료에 따라 인절미의 종류가 나뉜다. 찰떡을 칠 때 데친 쑥을 함께 섞은 것이 쑥인절미, 씨 뺀 대추를 넣은 것이 대추인절미이다. 또 수리취인절미, 깨인절미, 차조인절미, 동부인절미 등이 있다. 고물이 쉬기 쉬운 여름철에는 깨고물이나 콩고물이 좋고, 그 외에는 팥고물을 많이 사용한다. 요즘에는 인절미를 썰어 고물을 묻히지 않고 냉동시켜 두었다가 꺼내서 수시로 불에 구워먹기도 한다.

인절미 맛이 나는 인절미 시모나 <br>
인절미 맛이 나는 인절미 시모나 

고려 시대 『고려사』에는 종묘 제사에 올린 떡으로 쌀떡(白餠), 수수떡(黑餠), 인절미(粉餈), 술떡(酏食) 등이 나온다. 조선 시대에는 종묘 대제에도 인절미를 올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1690년에 씌어진 <역어유해>라는 책에 '인졀미'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증보산림경제>, <임원십육지>, <성호사설>에는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가 기록되어 있다. 옛날에는 ‘인졀미’로 부르던 것이 나중에 인절미로 바뀐 것이다.

부재료에 따라 다양한 인절미

이러한 인절미란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1624년 이괄이 난을 일으키자 인조(仁祖)는 한양을 버리고 공주의 공산성으로 피란(避亂)을 갔다. 당시 이곳에 살던 한 농부가 찰떡을 해가지고 와서 인조에게 바쳤다. 인조는 처음 먹어 보는 떡을 맛있게 먹고 떡 이름을 물었다. 신하들은 이 떡 이름을 몰랐다. 이에 인조는 임서방이 절미한 떡이라 하므로 '임절미'라고 떡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임절미'가 세월이 지나면서 ‘인절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얘기가 인절미의 유래에 관한 것 가운데 하나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는 민간어원설에 불과하다.

인절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인절미통통 <br>
인절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인절미통통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인절미는 찹쌀을 잘 찐 것을 잘라야 한다. 모양을 잘 만들고 먹기 좋게 적당히 잘라서 고물을 묻힌다. 이때 잘 잡아당겨야 크기와 굵기를 조절할 수가 있다. 이렇듯 잡아당겨(引) 자른다(切)고 해서 인절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즉 인절미는 이두(吏讀)로 인절병(印切餠), 인절병(引切餠), 인절미(引截米) 등으로 쓰는데 떡을 만드는 방법에 따라 생긴 이름이다.

“인절미에 조청 찍은 맛”이라는 속담은 구미에 딱 맞고 마음에 드는 경우를 말한다. 또 온통 뒤집어쓰거나 씌우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는 “인절미 팥고물 묻히듯”이라고 말한다.

인절미 맛이 나는 과자, 아이스크림 등도 개발

인절미과자<br>
인절미과자

인절미 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간식도 많이 나왔다. 인절미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인 인절미시모나와 인절미통통, 그리고 인절미과자 등. 인절미빵, 인절미토스트 등 인절미와 복합한 먹거리들이 계속 개발되면서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배우 벤 에플렉이 강아지를 안고 가는 사진을 보고 '마치 눌린 인절미떡 같다'라며 화제가 된 후 아예 ‘인절미강아지’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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