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떡’이 무엇인가? 이 말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세대들은 ‘개떡’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알기 어렵다.
반려동물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가 씹는 ‘개껌’처럼 개가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게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개떡’은 결코 ‘개가 먹는 떡’이 아니라 사람이 먹는 떡이다.
그러나 사람이 먹는 떡 중에서는 아주 질이 떨어지는 떡이다. ‘찰떡’이나 ‘메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질이 형편없지만 예전에는 무시하지 못할 귀중한 음식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무도 먹지 않아 사라진 음식이다.
▶밀기울이나 보릿겨, 메밀 속껍질로 만든 떡
개떡은 밀가루를 채로 곱게 치고 남은 찌꺼기(밀기울)나 보릿겨, 메밀 속껍질로 만들었다. 밀가루나 메밀가루는 좋은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고, 그것을 고르고 난 거친 가루로 떡을 만드는 것이다.

재료가 시원찮으니 모양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았다. 가루로 반죽을 만든 다음 그 반죽을 편평하고 둥글넓적하게 대충 만들어서 밥 뜸들일 때 위에 올렸다.
변변치 않은 재료로 만든 개떡은 생김새만 형편없는 게 아니라 맛도 별로 없었다. 개떡의 색깔은 잿빛이나 회색빛으로 우중충하고, 모양은 손으로 대충 만져서 울퉁불퉁했기 때문에 입맛을 돋우지 못했다.
설탕 같은 단 것도 귀한 시절이어서 단맛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개떡은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했던 귀한(?) 음식이었다. 한마디로 맛이 없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양이 볼품없고 맛없지만 추억 속의 음식
1980년대 이전은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맛이 없어도 먹어야만 했던 개떡은 단순한 간식용 떡이 아니라 주식에 버금가는 절실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먹고 싶어도 저급한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만들어 먹기 어려운 추억 속의 음식이 됐다.
이런 ‘개떡’이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여기에는 몇몇 의견이 있다. 이미 밝혔듯이 ‘개(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우선은 ‘물에 개서 만든 떡’이라는 설은 별 가치가 없다. 또 한자 ‘가떡(假-, 가짜 떡)’이 와전된 것이라는 주장도 타당성이 거의 없다.
또 하나는 ‘겨떡’에서 나왔다는 견해이다. ‘겨떡’은 ‘겨로 만든 떡’을 의미한다. ‘개떡’을 밀겨나 메밀겨로 만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하다.
마지막으로 ‘개떡’을 접두사 ‘개-’와 명사 ‘떡’이 결합된 형태로 보는 것이다. 사전에는 ‘개-’ 에 대해 “1.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3.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접두사 ‘개-’는 질이 떨어진다는 뜻
‘개떡’이 별맛도 없고 모양새나 볼품도 없는 떡이기에 <사전풀이1.>처럼 부정적 의미를 띠는 접두사 ‘개-’가 붙은 것이다. 따라서 ‘개떡’은 ‘질이 떨어지는 변변치 못한 떡’이다.
이런 ‘개떡’은 주로 ‘같다’와 함께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개떡 같다’는 ‘형편없다’, ‘엉망이다’, ‘보잘 것 없다’ 등의 의미로 쓰기 때문이다.

‘개떡 같다’와 반대의 뜻을 가진 말이 ‘찰떡같다’이다. ‘찰떡같다’는 ‘정, 믿음, 관계 따위가 매우 긴밀하고 확실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데 이미 한 단어로 굳어졌다.
그러나 ‘개떡 같다’는 한 단어가 아니다. 한 단어로 굳어진 것이 아니므로 ‘개떡’과 ‘같다’는 반드시 띄어 쓰는 게 맞다.
▶‘개’를 넣은 신조어 마구잡이로 사용
‘개떡’처럼 접두사 ‘개-’가 붙은 말은 ‘개살구’, ‘개머루’, '개똥쑥', ‘개두릅’, '개마디풀', '개망초', '개맨드라미', '개비름', '개쑥갓', '개양귀비', '개나리', '개여뀌', ‘개꽃(철쭉)’ 등. '개'자가 들어가면 그 식물이 별로 좋지 않다는 뜻인데 반해 '참'자가 들어가면 그 식물이 좋다는 뜻이다. '참외', '참깨', '참나리', '참억새', '참명아주', ‘참꽃’ 등.
한편 요즘 청소년들이 ‘개’가 들어가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때의 ‘개’는 '아주', ‘매우’, ‘많이’라는 뜻이다. 개이득, 개좋다, 등. 앞에서 얘기한 접두사 ‘개’와는 전혀 다른 뜻이고, 표준말도 아니다.

TV에서는 개 그림이나 개 사진을 넣어 이들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무분별한 언어생활을 바로 잡아야 할 언론마저 세태에 편승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