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맛보기】 9. 우거지와 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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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맛보기】 9. 우거지와 시래기
  • 강구일 자유기고가(media cheong yang)
  • 승인 2020.01.2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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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준비해 말리고 있는 시래기<br>
가을에 준비해 말리고 있는 시래기

▶우거지와 시래기를 같은 듯으로 알아

우거지와 시래기는 우리 민족이 옛날부터 즐겨 먹어온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이들을 자주 접했지만 이 말들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심지어 두 말의 뜻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우거지는 배추의 겉잎을 삶아서 말려 놓은 것이고, 시래기는 무청의 겉잎이나 무청을 삶아서 말려 놓은 것을 말한다.”

“우거지는 배추나 무의 겉에 있는 다듬을 때 떼어 내는 질이 안 좋은 부분으로 말리지 않은 것이고, 이 우거지를 말려 놓은 것이 시래기이다.”

시래기국<br>
시래기국

위의 두 사례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잘못된 뜻풀이 이다.

▶채소의 질이 떨어지는 겉 부분이 우거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우거지의 뜻을 “1. 푸성귀(사람이 가꾼 식용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 2. 김장이나 젓갈 따위의 맨 위에 덮여 있는 품질이 낮은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처럼 우거지는 배추나 무뿐 만 아니라 다른 채소의 시원찮은 겉 부분을 말한다. 즉 사람이 먹기에는 다소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이다.

또한 김치를 장기간 보관하면 맨 윗부분은 색깔도 변하고 맛도 떨어지는데 이것도 우거지이다. 따라서 윗부분을 배춧잎이나 무 잎으로 덮는다.

이때 굳이 질 좋은 것으로 덮을 필요가 없어 우거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것도 우거지라 한다.

우거지국

이 우거지는 나중에 골마지(장류·술·김치 등 물기가 있는 발효식품의 표면에 하얀 막처럼 생기는 물질로, 산소와 반응하는 효모에 의해 생성된 덩어리)가 지거나 맛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먹지 않고 거의 버리게 된다.

▶위쪽, 겉부분을 뜻하는 웃걷이가 우거지로

우거지는 찌개, 해장국, 토장국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된다.

우거지는 '웃 + 걷이'에서 시작된 말이다. '웃'은 '위(上)' 또는 '겉(外, 表)'을 뜻하는 접두사이다. '웃+걷이' -> '웃+거지' -> '우거지'로 바뀌었다. 따라서 우거지란 야채의 겉부분 또는 윗부분을 걷어낸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전에는 시래기를 “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겨우내 말린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질이 낮은 우거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런 시래기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무를 밭에서 뽑은 다음 가장 바깥쪽의 질이 좋지 않은 잎과 병든 잎, 마른 잎 등을 떼어낸다. 이어 질이 좋은 줄기를 무청과 함께 자른다. 자른 시래기는 적당한 양만큼 새끼줄, 노끈, 비닐끈 등으로 엮는다. 엮은 시래기는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겨우내 말린다.

말린 후 물에 불리고 있는 우거지 <br>
말린 후 물에 불리고 있는 우거지

 

원래는 무청이 달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시래기인데 간혹 무청이 없더라도 질 좋은 무 줄기를 엮어서 시래기를 만들기도 한다.

시래기는 오래 푹 삶은 후 찬물에 우렸다가 시래기나물을 비롯해 죽, 찌개, 국, 밥 등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시래기는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촉감이 좋다.

▶채소를 다듬고 남은 의미의 시래기

이런 시래기는 인도에서 건너와 고조선을 세운 아리안족의 ‘시라게’(살아있는 목초)가 어원이라는 설이 있으나 설득력이 낮다.

최창렬박사는 <어원산책>에서 싸라기와 시래기의 어원이 같다고 했다. 슫다(擦, 찰)->슬다(銷磨, 소마)->슬+아기->싸라기, 시래기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골마지를 예방하고 맛을 보호하기 위해 김치에 덮어놓은 우거지 <br>
골마지를 예방하고 맛을 보호하기 위해 김치에 덮어놓은 우거지

이처럼 슬+아기가 한편으로는 싸라기로 바뀌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래기로 변화한 것이다. 이 가운데 시래기는 채소를 다듬고 남은 것이라는 뜻이다.

▶시래기는 무 잎과 무청이 달린 좋은 것

이처럼 우거지와 시래기는 전혀 다른 뜻이고, 삶았는지의 여부와도 관련이 없다. 해장국이나 밥, 국, 무침 등 두 재료를 각각 이용한 음식들이 맛이 엇비슷한 경우가 많아 같은 뜻을 가진 것으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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