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트의 야구경기가 벌어졌을 때의 일이다.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러 갈 때쯤 당시 한화를 응원하던 한 팬이 “경기가 끝난 후 갈매기를 구워 먹겠다.”는 말을 TV 응원창에 올렸다.
밑도 끝도 없는 이말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는 롯데의 상징처럼 알려진 갈매기(노래- 부산 갈매기)를 먹겠다는 뜻이다.
▶조류인 갈매기의 고기로 잘못 아는 경우 많아
한국에 와서 방송에 출연한 한 외국인은 “내한 초기에는 한국 사람들이 여러 가지 희한한 것을 먹는 것을 보았다. 급기야는 갈매기를 구워먹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고 털어놓았다. 이 사람도 갈매기살을 갈매기 고기로 오인했었던 것이다.
갈매기살은 정확하게 어떤 동물의 어느 부위를 가리키는 것일까?
갈매기살은 돼지고기의 한 부위인 ‘횡격막’에 붙어 있는 살을 이르는 말이다. ‘횡격막’은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근육질의 막으로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면서 폐의 호흡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즉, 늑골(갈비뼈) 안쪽의 흉골(가슴뼈) 끝에서 허리뼈까지 갈비뼈 윗면을 가로지르는 얇고 평평한 막이다. 이 막에 붙은 살이 갈매기살이다.
▶날아다니는 갈매기살이 아닌 돼지고기 삼겹살의 한 종류
갈매기살은 돼지 한 마리당 극소량 밖에 나오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은 편이다. 복강에 노출되어 운동량이 많은 근육이라 육색이 진하며 근막도 잘 발달되었다.
보수력이 좋고 육즙이 풍부해서 씹을수록 돼지고기의 맛이 살아난다.
▶쇠고기의 안창살과 같은 부위
이런 갈매기살이 예전에는 없었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도 적은데다가 질긴 껍질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이 부위는 오랫동안 버리거나 짐승의 먹이로 처리했다. 그러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요리로 개발되고, 알음알음 소문이 나기면서 날로 인기를 끌었다.
고기 맛이 좋은데다 비교적 가격이 싼 편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경기도 성남시 여수동 도축장 옆에 돼지 갈매기살 전문점이 생긴 후 일대에 갈매기살 전문점이 줄줄이 들어섰다. 이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20여개 식당이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이들 식당은 분당 신도시 개발로 대부분 이전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다룬 한 책에는 갈매기살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에 전해지는 성남 향토음식.’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어쨌든 갈매기살은 서울시 마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 당겨 많은 전문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가로막살→가로막이살→가로매기살→갈매기살로 변화
어떤 이들은 ‘갈매기살이 돼지 갈비 안쪽 면에 양쪽으로 나란히 붙어있는데 그 모양이 갈매기가 날개를 펼친 모양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생긴 모양을 들여다보면 이런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갈매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름이다.
갈매기살은 위에서 밝혔듯이 횡격막에 붙은 살을 일컫는데, 횡격막(橫膈膜)을 우리말로는 '가로막'이라고 한다. 여기서 나온 ‘가로막살’이 ‘가로막이살’로 변했다. ‘가로막’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이다.
이어 ‘가로마기살’이 ‘가로매기살’로 바뀌었다. 재미있는 것은 ‘가로매기’가 ‘갈매기’와 음상(音相)이 비슷하다 보니 갈매기살로 변했다는 점이다. 즉 ‘가로매기살’이 ‘갈매기살’로 변했다.
가로막살→가로막이살→가로매기살→갈매기살로 바뀌어 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갈매기살을 바다 갈매기의 고기라고 잠시나마 오인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