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맛보기】 10. 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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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맛보기】 10. 명태
  • 강구일 자유기고가(media cheong yang)
  • 승인 2020.01.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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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새끼인 노가리의 남획도 멸종의 원인이다.<br>
명태 새끼인 노가리의 남획도 멸종의 원인이다.

▶30가지가 넘는 이름을 가진 명태

“춘태, 추태, 그물태, 낚시태, 원양태, 오태, 꺽태.”

위에든 이름은 한 어종의 이름이다. 이렇듯 많은 이름을 열거했어도 이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생선은 이외에도 또 다른 이름을 많이 갖고 있다.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 등을 얘기하면 명태라는 것을 금방 안다. 잘 모르는 이름과 잘 아는 이름을 합쳐 명태(明太)의 이름은 30 가지가 넘는다. 지방에 따라, 가공방법에 따라, 잡는 방법에 따라, 잡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버릴 것 없는 민족의 생선

*명태의 상태에 따라

막 잡아 올리거나 얼리지 않은 것은 생태, 갓잡은 것은 선태, 마른 것은 건태, 얼린 것은 동태, 고온에서 건조한 흑태, 명태를 말린 북어,

명태리를 이용한 코다리찜<br>
명태리를 이용한 코다리찜

*잡는 시기에 따라

3~4월 봄에 잡히는 춘태, 음력 4월에 잡힌 사태, 5월에 잡힌 오태, 가을에 잡힌 추태, 끝물에 잡힌 막물태,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배를 갈라 염장을 해서 말린 짝태, 겨울 찬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한 황태, 소금에 절인 간태, 반건조 상태로 코를 꿴 코다리,

*크기에 따라

명태 새끼는 노가리, 큰 명태 왜태, 어린명태 아기태,

*상태에 따라

말릴 때 날씨가 따뜻해 물러터진 찐태, 기온차가 커서 하얗게 마른 백태, 수분이 빠져 딱딱하게 마른 깡태, 몸뚱이가 제 모양을 잃어버린 파태, 잘못 익어 속이 붉고 딱딱해진 골태, 머리를 떼고 말린 무두태, 노란색이 나는 노랑태,

고사를 지낸 후 반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명태.<br>
고사를 지낸 후 반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명태.

*잡는 도구에 따라

유자망 그물로 잡은 것은 그물태(망태), 낚시로 잡은 낚시태(조태), 주낙으로 잡은 조태,

*잡는 지역에 따라

원양어선에서 잡으면 원양태, 근해에서 잡으면 지방태, 원양산 명태와 구분하기 위한 동해안 명태는 진태, 간성에서 잡은 것은 간태, 강원도에서 잡힌 강태,

*기타

산란 후 뼈만 남은 꺽태, 귀한 어종이 되는 바람에 붙은 금태, 산처럼 쌓일 정도로 많이 잡힌다고 해서 산태(山太)

이처럼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명태는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다. 설날 차례 상의 왼쪽에 의젓하게 자리 잡는 것은 물론 제사, 고사, 혼례 등 관혼상제 때도 필수적으로 상에 올랐다. 알의 수가 많아서 다산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에 중요한 의식에는 빠짐없이 사용된 것이다. 특히 우리 동해에서 많이 잡혀서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애용된 이유였다.

명태를 이용한 음식-동태찌개, <br>
명태를 이용한 음식-동태찌개, 

▶남획과 온난화로 동해에서 멸종

이런 명태는 한류성 어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북쪽인 베링해와 캄차카반도 근해에서 지내다가 가을에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흐르는 한류를 타고 내려온다. 명태는 몸길이가 30~90cm 정도로 큰다. 3~5살 때 짝짓기를 하는데 암컷이 바다 속에 10만~100만개의 알을 낳으면 수컷이 체외수정을 한다. 바닷물에서 열흘내지 한 달여 만에 깨어나는 치어들의 생존율은 극히 낮다.

명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바다 온도가 올라가고, 노가리를 남획하는 바람에 동해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까지 10만t 이상의 명태를 잡았지만 80~90년대 들어 수천t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급기야 지난 2008년에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사실상 ‘멸종’된 셈이다. 그래서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각계에서 나섰고, 살아있는 명태를 구하기 위해 한때 현상금(사례금)을 50만원이나 걸기도 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2016년 명태의 양식에 성공했으나 문제는 바다 온도가 맞아야 하고 남획이 사라지지 않으면 명태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러시아산 명태를 먹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황태채
황태채

어쨌든 명태는 과거 다양한 이름을 얻을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생선임은 틀림없다. 유난히 동해 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요리해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명태는 찌개와 찜을 비롯해서 매운탕, 구이, 무침, 국, 포 등 웬만한 요리는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알은 물론 내장까지 버리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고니는 국거리로 활용하고, 껍데기는 말려뒀다가 살짝 구워서 쌈을 싸먹는다. 또한 명태의 이리(수컷 물고기의 뱃속에 들어 있는 정액 덩어리)는 특별하게 ‘고지’라고 부르는데 양이 많아서 국거리로 많이 쓰인다. 강산에가 부른 노래 <명태>에는 명태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눈에 좋은 생선이라는 뜻의 명태

'명태'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왔을까?

조선조 말 이유원의 문집인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명태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함경북도 관찰사가 명천에 갔다가 태씨 성을 가진 사람이 바친 물고기를 먹었다. 아무도 물고기 이름을 모르자 지명과 어부의 성씨를 따서 ‘명태’라고 했다고 한다. 위의 노래에도 이 내용이 나온다.

설 차례, 제사, 고사, 혼례 등 관혼상제 때도 필수적으로 등장한다.<br>
설 차례, 제사, 고사, 혼례 등 관혼상제 때도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일설에는 명태를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또 고기의 뒤에 붙는 태가 들어갔음을 볼 때 뒤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無泰魚(무태어), 서유구의 蘭湖漁牧志(난호어목지)에는 “명태어는 생것, 명태 말린 것을 북어라 한다.”고 나와 있다.

‘명태’의 옛말인 ‘명’는 제2음절 이하의 ‘ㆍ’가 ‘ㅏ’로 변화함에 따라 19세기에 ‘명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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